↑내가 읽어봤던 고맙습니다 스페셜 에디션2.
작고 귀여운 책으로 기억한다.
'나는 침대에서 내 다리를 주웠다.' 재미있는 제목으로 시작된 그와의 인연으로 나는 올리버 색스의 책들에 푹 빠지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사람이란 건 아니고, 그저 내가 그의 팬이 된 거다. -그때는 내가 신경학과에서 일할 줄은 몰랐지만 -신경학과 의사라는 점, 그리고 재치넘치는 필력이 참 중독적이다.하지만 '고맙습니다.'는 서문에서 밝힌대로 올리버 색스가 죽은 뒤의 유작임을 알게 되었다. 그의 저서가 이제는 끝났다는 걸 깨닫고는 슬프고 안타까웠다. 재밌는 문장과 유쾌한 농담들을 새롭게 볼 수 없다니. 그의 마지막 저서를 읽고나니 허탈하기도 했다.
내가 그의 책을 다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찾아보니 아직 내가 읽어보지 못한 책들도 있었다. 거의 도서관에서 책을 읽는터라 도서관에 비치된 것만 다 읽었던 듯하다. 더 읽을 책이 생겨 기쁘다.
"내게 원소와 생일은 늘 하나로 얽혀 있는 것이었다. 어릴 때부터, 내가 원자번호를 처음 알게 되었을 때부터 그랬다. 열한 살때 나는 '난 나트륨이야'(나트륨은 11번 원소이다). 일흔 아홉살인 지금 나는 금이다."
11살 때 "나는 나트륨이야."라고 말하고 다녔다는 장면이 인상깊다. 나는 11살, 한국나이로 12살때부터 수학을 어려워했는데. 어릴 때부터 탐구심이 남달랐나 보다. 그의 책들을 보다보면 학문에 대한 순수한 열정이 보인다. 댓가를 생각하지 않고 단순히 궁금해서 연구하곤 하는 모습이 보인다. 관심대상이 생기면 집요하게 관찰하고 파고드는 성향이다. 그게 설령 부러진 자기다리의 사라져버린 감각일지라도. 그는 자신의 인생을 주기율표와 관련지어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종종 프리모 레비('주기율표'의 작가)와 올리버 색스가 헷갈릴 때가 있다.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목소리를 보았네.', '깨어남' 등 한 주제를 가지고 썼던 이전 책들과는 달리, 이 책은 회고록이다. 사실 나는 자서전류를 썩 좋아하는 편이 아니지만, 내가 좋아하는 작가다보니 속깊은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더 많이 알 수 있어서 읽을만했다. 그가 성소수자라서 한평생 홀로 살았다던가, 나이에 맞춘 원소기호를 떠올리는 등의 모습은 이 책을 읽지 않으면 몰랐을 테니까. 그만이 가진 특별함을 알고 별로 중요한 일도 아니건만 관심가는 것. 아이돌에 빠져들어 줄줄이 꿰고 있는 팬 심리를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그는 모두에게 고맙다고 말한다. 나도 훗날 나이가 들어 죽음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때, 내 주위 사람들에게 고맙다고 말할까? 원망섞인 미움이나 억울함 등등은 다 버릴 수 있을까?
작은 사이즈의 귀여운 책이라 다 읽는데 오래 걸리지도 않는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좋은책. 하지만 그 전에 그의 다른 책들을 봐도 좋을듯하다.
↑가장 최근에 나온 스페셜 에디션5. 여러번 인쇄했나보다. 이 외에도 다른 버전으로 여러번 출판한것 같다. 각각 다른 쇄로 분류될까 문득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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