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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버 색스의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 TV 프로그램부터 코로나까지 의식의 흐름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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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거트파르페 2020. 3. 19.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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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N 책 읽어드립니다에서 드디어 올리버 색스의 책을 다뤄줬다. 올리버색스의 10년 광팬인 나로써는 대단히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내가 처음으로 접했던 그의 책도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다.

아내를 모자로 착각했다니, 독특한 제목에 이끌려 책을 빌려 앉은 자리에서 뚝딱 해치웠고, 그 책을 반납하러 가서는 그 옆에 있는 책인 '다리가 부러진 남자', 아니, 「나는 침대에서 내 다리를 주웠다」를 발견했다. 한명의 덕질 상대가 추가된다는 건 항상 기쁜 일이다. 그 책들을 필두로 - 방학인지라 지적인 자극에 메말랐던 간호학도였던 나는 - 빠르게 올리버 색스에게 빠져들었다.

신경정신학과 의사인 그는 꽤나 유머러스한 사람이다. 환자들이 겪는 문제들은 종종 드라마틱하게 각색되고 시트콤처럼 웃음을 안겼다. 나는 개인적으로는 이 책은 설민석쌤이 강독하지 않았으면 하는 책이긴 했다. 다소 과장해서 말하고 웃긴 대목에서도 심각하게 풀어내서 웃음기를 싹 빼고 들어야했다. 올리버 색스 할아버지가 얼마나 웃긴 사람이냐면, 자기 다리가 부러져서 수술한 다음날 감각이 없는데도 나아지겠지 하면서 알리지 않았다니까?

정신신경과 의사로서의 그의 모습은 열정적이고 탐구적이다. 특히 「깨어남」이나 「목소리를 보았네」 두 책은 그의 탐구적인 자세가 돋보인다. 이렇게까지 의욕과 열정에 넘쳐서 다각도로 볼 수 있구나, 했다.

대학 시절, 정신병원이나 정신병동으로 실습을 한번씩은 나가게 되는데 개인적으로나 간호학과 전체를 위해서나 모두에게 좋은 경험이었다. 그들은 격리되어있고 외부균에 면역이 약하기 때문에 우리는 실습 전에 독감주사를 맞아야했다. 그곳에서 여러 썰들을 풀어놓고, 별의별 이야기들을 다 들을 수 있다. 의료진이나 보호사들은 그들의 정보를 보호하는 데 반해, 환자들은 그들 나름의 이야기를 나름의 언어로 풀어놓기 때문이다. 조현병(=정신분열병)이 가장 많지만, 조울증이나 우울증, 정신지체 등 각종 환자들이 모여있다. 그들은 나름대로의 규칙이 있고, 학생들과 레크리에이션을 즐기며 지내고 있다. 지리멸렬하고 망상으로 튀는 두서없는 말들을 듣는데, 어디까지가 진짜고 어디까지가 망상인지는 확인할 방법이 없으니 수용하며 듣기만 했다. 참 여러 인간군상이 있구나, 라는 걸 많이 깨닫는 경험들이었다.

모든 사람들은 다들 어느정도는 착각을 한다. 아직까지도 잊지 못하는 기억이 있는데, 9살 꼬맹이였을 때 중절모같은 모자를 쓴 키큰 남자가 내가 자는 방쪽을 향해 서 있다고 생각했다. 저승사자 같은 실루엣이 무서워서 엄마아빠 사이에서 잤던 기억이 난다. 물론 당시엔 막내라서 혼자 자기 무섭다는 핑계를 대고 부모님 사이에서 자는 경우가 자주 있었다. 아침에 날이 밝고 보니 모자라고 생각했던 건 김치냉장고 위에 있는 김치통이었다.

사람은 종종 착각을 한다. 물건을 두고 잊을 때도 있고, 내가 아는 사람이라고 잘못 보기도 한다. 하지만 정신신경학자인 그에게 찾아오는 경우는 정말 심각한 경우들이다. 아내를 정말 모자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한쪽이 안보여서 보이는 쪽 밥만 먹기도 한다. 그 사이 과학기술이 발달해 많은 부분에서 치료도 가능하지만, 발병 자체를 막기는 힘들다. 병원의 존재 이유다.

일차예방은 병이 없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질병 예방을 뜻한다. 이차예방은 질병의 진행을 막고, 삼차예방은 그로인한 후유증을 막는 것이다. 과학이 질병 자체를 예방하는 데 까지는 못 미쳤으니, 병원에서는 이차예방, 삼차예방을 다루게 된다. 지금 코로나 사태에 있어서도 일반인이 할 수 있는 단계가 가장 기초단계, 즉 질병을 예방하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단계이자 필수적이며, 모두가 할 수 있는 게 예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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