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롤리타예전 아이유의 음반컨셉에서 소아성애를 뜻하는 상징들이 들어있어 논란이 됐었다. 젊고 어린 모습을 추구하는 건 전세계 공통이 아닐까 했었지만 소설을 읽고보니 충분히 논란거리가 될 만하다.
뭐, 그렇고 그런(?) 이야기겠지, 했던 내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어린 소녀에 대한 애착, 결핍을 갈구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그려져있다. 주인공 험버트는 어릴 적 첫사랑이 일찍 죽고나니 블라드미르 나보코프의 소설 「롤리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명문장으로 시작한다.
롤리타,내 삶의 빛, 내 몸의 불이여.나의 죄, 나의 영혼이여.롤-리-타.혀 끝이 입천장을 따라 세걸음 걷다가 세 걸음째에앞니를 가볍게 건드린다.롤.리.타.언어 유희라고까지 할 법한 구절아닌가. 마치 고등학교 문학 시간의 '얄리얄리 얄라셩'을 보는 듯하다. 둥글고 부드러운 자음을 배치해 부드럽게 발음된다. 블라디미르는 언어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롤리타의 음절이 꽤나 간질간질하고 부드럽게 발음된다는 걸 의도적으로 이용했다.
들로레스, 즉 롤리타가 주인공은 아니고 험버트가 주인공인 자전적 소설이다. 험버트는 어릴 때 첫사랑이 14살의 나이로 일찍 죽는 바람에 평생을 혼자 지내고 있다. 나이는 들었어도 훈남인 자신에게 어필해오는 이성들이 없지는 않았지만 그들과 사랑에 빠진 일은 없다고 한다. 약간의 나르시즘적 성향도 가지고 있었던 듯 하다. 자기만족에 취해 혼자 늙어가는 부류들. 이야기는 험버트가 이삿집을 찾으며 시작된다. 마침 나와있는 집이 있기에 둘러보지만 그집에 살 생각은 없다. 그러다가 뒤뜰에서 놀고있는 롤리타를 발견하는데, 그만 어린 롤리타에게 한눈에 반하고 만다. 어렸을 적 첫사랑의 영혼이 이 소녀에게 깃든 게 아닐까 하면서 그 집에 하숙하기로 계약해버린다.
롤리타의 옆에서 그녀를 바라볼 수 있지만 연인이 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어린애가 유혹하는건지 아니면 아빠 대신인지는 모르지만 롤리타도 험버트에게 관심을 가지고 애정을 보여준다. -"아저씨 계란 좋아하우?" 계란 대신 사탕이지만.- 그와중에 엄마는 롤리타를 캠프에 보내면서, 험버트에게 결혼제의를 한다. 엄마는 자신을 좋아하지만, 험버트는 전혀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일기장에 욕을 퍼붓는다. 하지만 생각을 가다듬고
롤리타의 아빠가 되면 그녀와 항상 같이 있을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린다. 엄마와 결혼하고 롤리타에게는 편지로 이 사실을 알린다.
그런데 엄마가 일기를 읽어버렸고, 충격에 휩싸인 엄마는 추궁 후 편지를 보내려고 뛰쳐나가다가 그만 교통사고를 당한다. 이 사고로 엄마는 즉사했고, 험버트는 자신의 비밀이 알려지지 않았다는 안도감을 느끼며 편지를 거두고 새로운 시작을 꿈꾼다. 이 부분은 개인적으로 갈등의 클라이막스로 꼽는 장면이니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한편, 캠프에 간 롤리타는 둘이 결혼했다는 소식을 듣고 복잡한 감정에 어쩔줄 몰라한다. 엄마가 죽었다는 소식은 알리지 않았는데, 대신 험버트는 롤리타를 데리고 전국여행을 떠난다. 그녀의 어린애 변덕에 맞춰주며 사탕이나 십대들잡지 등을 제공하고, 대신 자신만의 롤리타를 얻은것이다.
어느날부터인가 험버트는 자신을 따라오는 차량을 눈치챈다. 며필동안 쫓아오면서 근처에 머무는 남자때문에 신경이 곤두선다. 롤리타를 추궁해보지만 그녀는 소리를 지르고 도망가버린다. 그이후로 험버트는 평생을 롤리타를 찾아나선다. 결국 롤리타와 재회하지만 그녀는 이미 다른남자의 아내가되어 아이를 임신한 상태로, 돈을 요구한다.
소아성애의 뜻을 가진 '롤리타 콤플렉스'의 어원이 된 소설. 읽어보고 왜 이렇게 유명한지 알았다. 작가의 필력이 대단해서 한번 읽기 시작하면 빠져드는 책이다. 중간중간에 독자들을 '배심원 여러분' 으로 부르며 자신의 죄를 합리화시키려는 부분을 읽으면 생동감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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