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라이프 리스트」
새해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새해 목표를 적는다. 라이프 리스트는 브렛에게 중요한 목표였다. 20년 전에. 주인공 브렛은 코스메틱 기업의 CEO인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 유서 내용을 듣게 된다. 당연히 자신이 총수가 될 줄 알고 마음의 준비를 했는데, 새언니(시누이)를 새 CEO 자리에 둔다는 것이다. 오히려 브렛은 부사장인 자신을 해고한다는 편지를 받는다. 충격을 받은 브렛은 오빠들은 여유가 있으니까 집은 자기 명의로 남겨두셨을 거라고 추측하지만, 이마저도 틀렸다. 브렛에게 남은 건 단 하나도 없었다. 부모님의 유산은 있어도 갈등의 원인이 되고, 없어도 싸움의 원인이 된다. 많으면 많은대로 한국 모 기업들처럼 가족끼리 분쟁이 일어난다. 브렛의 오빠들도 이기적으로 처리하는 것을 보고 미국 특유의 개인주의인가, 싶었는데 나이가 좀 더 들고 사회를 바라보니 그럴만도 하다, 싶었다.
어쨋든 가진것은 하나도 없는 상황에서 변호사는 이야기를 하나 해 준다. 그녀에겐 따로 남은 게 있다고. 브렛은 얼른 유서를 읽어보는데, 자신이 14살때 썼다가 버린 '라이프 리스트'가 나온다. 엄마는 그걸 버리지 않고 하나하나 조언과 첨삭을 달아뒀다. 하지만 너무 시간이 많이 지난 일이고, 사춘기 소녀의 얼토당토않은 리스트인지라 가능성이 없어보였다.
예를 들면 (20년 전부터 서먹한)아버지와 화해하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20년 전에)절교한 친구와 화해하기, 사랑에 빠지기(!), 아기 갖기(!) 등등의 내용이다. 여기서 할 수 있는게 없는 브렛은 잘나가는 약혼자에게 이 사실을 털어놓는다. 약혼자는 브렛에게 남겨진 유산이 없다는 말을 듣고는 미련없이 그녀를 떠나버린다.
브렛은 이런 절망적인 상황에서 아무것도 하고싶지 않지만, 엄마가 소개시켜준 변호사가 그녀의 일을 적극적으로 돕기로 한다. 이 녹록치 않은 리스트들을 해치우는데 그가 필요할 것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브렛은 아버지와 화해하고, 새로운 도전을 하고, 옛 친구를 만난다. 제한시간이 있는 상황에서 나는 옛날 리스트들을 수행할 수 있을까? 브렛이 리스트를 읽고나서도 인지하는데 한참 걸렸던 것처럼, 내가 뭘 썼는지도 기억 안난다. 엄마는 현명하게도 애매한 리스트를 구체적인 상황으로 제시해준다. 딸에게 보내는 조언과 응원도 아끼지 않는다.
조금 뻔한 이야기같지만, 그래도 결말은 내 예상을 여러차례 빗나갔다.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에 대해 한번쯤 더 생각해볼 수 있는 책인것 같다. 최근 나온 「내가 죽은 뒤에 네가 해야 할 일들」이 부모가 남겨진 자식에게 말하는 내용이니 같이 읽어보면 좋겠다. 또, 다 큰 성인의 성장소설이라는 점에서 미드「에리카의 자아찾기」와 함께 봐도 좋을 것 같다. 우리는 죽을때까지 계속해서 성장하고, 부딪히며 나아가는 중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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