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 정채봉 생각하는 동화 시리즈의 네번째 책. 샘터 출판사에서 나왔다. 최근에 샘터잡지가 재정악화로 폐간될뻔 하다가 부활했다. 꾸준히 구독하던 팬들의 사랑이 모여 이뤄낸 성과다. 짧지만 담백하고 일상이 담긴 이야기들이 계속되었으면 한다. 마음 따뜻해지는, 크리스마스를 위한 도서, 생각하는 동화를 소개한다.
성인을 위한 동화지만 어린이가 읽기에도 쉬웠다. 어릴 때부터 집에있던 책이라면 다 읽고다니던 내게 수준도, 어휘력도 편안하게 접근할 수 있는 책이었다. 단편동화로 이루어져 있는데 어른들을 위한 동화면서도 어린 내가 쉽게 읽어낼 수 있었다. 돈보다는 인성과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자는 교훈이 많고 탈무드 등 고전에서 따온 이야기들도 실려있다.
제일 생각나는 이야기는 한 여자가 이야기를 들으면서 시작한다. 눈으로는 따뜻한 것만 보고, 자연의 향기를 맡으며, 즐거운 웃음소리와 좋은 소식만 듣는 귀. 입도 안부를 묻고 따뜻한 말만 하는데 쓰인다. 반면에 싸움만 보고 가십과 소문거리에만 쫑긋 세우는 귀도 있다. 썩은 냄새나 과한 향수만 좇는 코에 욕이나 이간질만 늘어놓는 입도 있다. 이야기를 듣던 여자가 역겹다고 하자 박사는 주민번호를 불러주는데 설명을 듣던 여자는 자신임을 알고 깜짝 놀란다.
꼭 이 내용뿐만은 아니지만 긍정적이고 즐거운 삶을 살 수 있도록 일조한 책이라 좋아한다. 「멀리가는 향기」랑 「향기자욱」까지 세 권을 자주 봤는데 후에 접한 다른 책들은 겹치는 이야기가 좀 있어서 다읽지는 않았다.
아빠는 종종 비바람 없이 자란 호두는 알맹이가 없다는 이야기를 해주셨다. 자주 하시는 말씀인 노페인, 노게인(No pain, No gain)과 일맥상통하는 이야기다. 책중에서도 그 이야기가 나온다. 농사를 망쳐 항의하는 농부에게 신이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한다. 농부는 고민끝에 날씨를 마음대로 할 수 있게 해달라고 빈다. 1년동안 매일매일이 따뜻하고 적당히 비가왔고 적당히 바람이 불었다. 호두는 굵었고 농사는 풍년이 났다. 그런데 호두를 까보자 알맹이가 없다. 비바람과 태풍이 없으면 열매도 여물지 못한다는 신의 목소리를 듣는다.
황금단지도 내가 좋아하는 이야기다. 궁중이발사가 하루는 이상한 목소리를 듣는다. "너 황금열단지를 가지고 싶지 않니?" 그렇다고 서둘러 대답한다. "그럼 집에 가 봐. 황금단지 열개가 집에 있을거야." 집에는 정말 황금열단가 있었는데, 마지막 단지가 애매해서 9단지 반이었다. 이발사는 부족한 황금을 채워넣는데 혈안이 되었고, 보이는 것마다 황금으로 바꿔 채워넣는다. 아무리 넣어도 황금단지는 차질 않는데, 돈에 궁핍한 이발사의 모습을 보고 왕이 묻는다. "너 혹시 황금단지를 가지고있니?" 깜짝놀란 이발사가 되묻자, 왕은 웃으며 대답한다. "예전에 나도 그 제안을 받았지. 그때 나는 그 황금을 모두 내 마음대로 써버리게 그냥 두던지, 아니면 갖고 가라고 했지. 그랬더니 사라져버렸다네."
어느 책에 수록되어 있던 단편인지는 모르지만 소년과 달 이야기는 슬퍼서 기억에 남는다. 소년은 보름달을 보면서 꿈을 꾼다. 그의 가정환경은 썩 좋지 못했고, 울면서 달에게 성공하겠다고 다짐한다. 시간이 흐르고, 청년이 된 그는 고층건물에서 달을 보며 자랑을 한다. 돈도 벌고 곁에 여자도 있고.. 어른이 된 그를 달은 찾아보기가 힘들다. 한참만에 배불뚝이 중년 아저씨가 된 그는 문득 달을 보고 반가워한다. 어릴 때의 모습과 많이 달라진 모습에 씁쓸해하며 담배를 태운다. 후에 시간이 흐르고 남자는 홀로 죽었는데, 달빛만 그의 병실 창문을 비추고 있다는 내용이다.
단편동화나 우화 외에도 간간히 괜찮은 시구들이 등장하는데 읽어봄직하다.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