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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엔 따뜻하게 - 금요일 밤의 뜨개질클럽

독후감

by 요거트파르페 2019. 12. 11.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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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밤의 뜨개질클럽

취미 모임이 하나 있으면 재밌겠다, 싶었던 책. 소모임이라도 가입해서 사람들과 소통하려던 때가 이 책을 읽고나서 였던것 같다. 비슷한 취미를 가진 사람들끼리 만나서 수다도 떨고 이야기도 하고 친해지는 데에 로망이 생겼다.

한때 동네에 털실가게 하나쯤은 꼭 있던 때가 있었다. 갖가지 색상의 실을 팔고, 코바늘과 대바늘이 사이즈별로 있고 직접 뜬 무릎담요나 가방, 방석 등이 놓여져있다. 인터넷으로 뭐든지 다 살 수 있는 지금은 전통시장이 아니라면 털실가게를 보기가 좀처럼 어렵다. 실을 구매할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실값이 꽤 비싸다. 사실 이 책은 뜨개질 뜨는 법인줄 알고 빌린 책인데 소설이라 당황했다. 하지만 내용만큼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금요일밤의 뜨개질클럽은 털실가게에서 가게 활성화를 위해 만들어진다. 가게에 뜨개질을 배우러오는 사람들과 주인아줌마가 친해지면서 생기는 일들에 관한 이야기다. 처음엔 아는 사람들이 잠깐 와서 배우고 이야기하다가 점점 규모가 커지면서 성격이 다른 사람도 들어오고 초창기엔 받지 않으려던 남자멤버도 들어오게 된다.

작가의 따뜻한 시선은 각각의 개성넘치는 캐릭터들에 친근감을 부여한다. 기쁜 일, 슬픈 일, 고민거리 등등을 실과 함께 뜨고, 풀어낸다. 뜨개질을 한번이라도 해봤다면 알 거다. 한참을 뜨다보면 아무짓도 안했는데 (?) 코가 한코 늘어나 있기도 하고, 줄어 있기도 하고, 원하는 사이즈에 맞지않고, 무늬가 어그러져 다시 떠야 할 때도 있다. 그래서 기껏 떠낸 부분을 과감히 풀어야 할 때도 있고, 어려운 기술을 배워야 할 때도 있다. 인생도 비슷하다고 작가는 말하는 듯하다. 꼬인 일이 있으면 풀어야하고, 과감하게 부딪혀야 할 때도 있다. 그런데 이런 실패에 집중하면 죽도밥도 되질 않는다. 그런 굴곡들을 헤쳐나가야만 완성품을 하나라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제일 정감가는 캐릭터는 뜨개질을 못하는 젊은 여성이다. 좀 얄미운 성격이지만, 남자친구에게 주려고 스웨터를 (꽤 고난이도에 속한다. 주위 사람들은 이건 목도리 아니냐며 놀란다.) 배우기 시작한다. 뜨개질은 하나도 모르고 손재주도 없는데다 틱틱거리는 성격의 소유자라 처음엔 싫었다. 공부하랴, 논문쓰랴, 뜨개질하랴 정신없는 그녀는 남자친구와의 싸움으로 울면서도 모임에 참석한다. 계속해서 이상한 모양으로 뜨고 있는 그녀를 주위 사람들은 얄미워하면서도 이끌어준다. 이상하게 뜨고, 푸르고, 사이즈가 안맞고, 이런 상황들을 감내하면서 결국 완성을 시킨다. 평소 그녀라면 절대로 못해냈을 일을 끝냈다. 만날 시간이 없어 헤어진 남자친구에게 울면서 스웨터를 건네주고, 남자친구는 좁고 꽉끼는 스웨터를 얼른 받아입고 청혼을 한다.

주인 아줌마의 경우도 재미있는데, 젊은 미혼모로 등장한다. 딸 하나를 데리고 도시에 도착했는데 지나가던 할머니가 가방이 너무 예쁘다고 칭찬을 한다. 그래서 그녀는 친할머니에게 어릴때 배운 단 한가지 기술, 뜨개질을 이용해 밥벌이를 시작한다. 목이 좋은 곳에 가게를 얻고, 실을 들여놓고, 깔끔하고 꼼꼼하다. 그러다가 뜨개질을 배우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모으기 시작한다. 어느새 금요일 밤이면 손님들이 북적이는 가게가 되었다.
다들 일이 잘 풀리는데 주인 아줌마 혼자만 외롭지 않을까, 하던 차에 이 모습을 지켜보던 같은 건물의 카페주인이 데이트 신청을 한다. 그리고 결국 젠틀한 남편이자 딸아이의 좋은 아버지가 되기로 한다. 그리고 그 남자는 사실 건물주인이었음을 나중에야 알게된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담임선생님에게 목도리를 직접 떠서 준 기억이 난다. 이성 선생님은 아니었느니 괜한 기대마시길. 단순히 선물하고 싶었다. 색이 한 톤이 아니고 흰색, 회색, 갈색, 검은색으로 점차 변하는 색상이라 제일 쉬운 방법으로 떴는데도 꽤 괜찮아보였다. 버스타는 선생님께 기대에 찬 눈빛으로 내일도 같은 코트를 입고 오라는 주문을 하는 학생은 어때 보였을까. 지금도 웃음이 난다.

내 책상 한구석에는 코바늘 여러개와 얇은 대바늘만 모아둔 파우치가 있다. 엄마는 직접 나무꼬챙이를 가스불에 살짝 그슬려서 얇은 바늘을 만들었고 꽤 요긴하게 쓰였던 것으로 안다. 장갑을 뜨면서 쉬운 일자부분은 내가, 통이 좁아지는 부분과 엄지손가락은 엄마가 뜨던 기억이 난다. 겨울엔 묵직한 털실 무릎담요에 싸여서 사람냄새 가득한 뜨개질책을 읽는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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