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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중요해지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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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거트파르페 2019. 12. 13.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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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중요해지는 순간

처음 읽기 시작할 때, 전지적 작가시점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신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었다. 잉태되고 생각이라는 게 생기기 전부터 그는 신의 목소리를 듣는다. 신은 모든것을 이야기해 준다. 특히 중요한 것은 지구 종말에 관한 이야기다.

“2010년 6월 15일 3시 44분, 해왕성 근처 카이퍼 벨트에서 떨어져 나온 혜성이 히로시마 원자 폭탄 283,824,000개의 폭발 에너지로 지구와 충돌할 것이다!”

세상의 모든 것을 아는 주인공의 이야기는 자궁 속에서부터 시작된다. 암이 걸린 아버지의 병을 낫게 하기위해 똑똑한 그는 스스로 신약을 만들어 내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정작 자신은 화장실도 가지 않고 연구에만 몰두하느라 급성신부전이 올 지경이다.

지구 멸망의 모든 것을 알고 그날 내 인생이 끝날 거라는 걸 아는 상황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할까? 열심히 살아봤자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데 즐기라는 말처럼 탕진하며 즐겨야할까? 주인공도 인생의 의미를 찾지 못한다. 나라면 냉소적인 성격이 될 듯하다.

잘 들어라.



모든 것에 끝이 있고, 그래서 모든 것에 의미가 있다.

너와 네가 사랑하는 모든 것이 끝날 지라도 모든 것에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끝나기 때문에 의미가 있는 것이다.

네가 가진 모든 것이 모든 것이며, 모든 것 뒤에는 아무것도 없다. 그러니 현명하게 모든 것을 받아들여라.

-p.446

2010년 6월의 종말을 그린 2009년 6월 출간책이다. 지금은 2019년이 끝나는 마당에 아무 소용없다고? 이미 지났으니 의미가 없을까? 전혀 그렇지 않다. 각종 종말론이 판치는 시대다. 그나마 몇번의 굵직한 예언들을 비껴나간 뒤 종말론이 시들해지긴 했지만, 개인이든 단체든 끝은 있을 거다. 모든 생명은 죽는다. 탄생이 있기에 죽음도 있다.

나는 누구보다도 오래 살기를 희망한다. 적어도 100살은 넘게 살고싶고, 이왕이면 건강하게 살아야 한다. 나중에 우주여행이 중국여행가듯 쉬워질 땐 나도 우주선을 타보고 싶다. 그때 내 몸이 너무 비루해서 우주선에 탑승하지 못할까봐 걱정되서 종종 근력운동을 하곤 한다.

장수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면 가끔 지긋지긋하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진심으로 오래 살고싶다. 일찍 죽고 싶은 사람이 어딨는가. 스스로 생을 마감할 수도 있는 나이에. 웰빙(well-being) 만큼 웰다잉(well-dying)도 중요해지는 때다. 너무 오래살기 때문에 죽음을 받아들이고 죽음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다져야 한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이 세상에 완전히 질려버링 게 아니라면, 오래 살아있는 게 더 좋지 않은가.

나는 사후세계를 믿지 않는다. 큰 수술 때문에 아침 첫타임으로 들어가서 10시간 동안 전신마취를 했을 때, 아무것도 없었다. 뭐라도 볼까 싶었지만 전혀. 죽음 뒤에는 아무것도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수정되기 전에 그랬듯이.
그러면 인생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그 의미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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