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때는 엄마가 방학이면 박물관에 데려갔던 기억이 난다. 경기도박물관, 과학박물관 등등. 그 때 같이 다니던 친한 친구 한 명은 그때 생긴 박물관에 대한 로망으로 박물관장이 되겠다던 친구도 있었다. 요즘 엄마는 조카들을 데리고 박물관을 간다. 한때는 내가 했던, 지금은 조카들이 찍어 온 호랑이 석판화를 보고 있으면, 옛날 기억이 나면서 기분이 묘해진다. 얼른 공공기관과 체험학습장, 그리고 무엇보다도 학교가 얼른 정상화되기를 바란다.
의왕에서 태어나 학교는 수원에서 초중고,대학교까지 나왔다. 첫 직장은 한림대학교 안양이었다. 수원에서 출발해 내가 태어난 아파트를 거쳐 안양에 도착한다. 그래서 수원 근처 지리만큼은 빠삭하다. 문과임에도 불구하고 역사와 지리를 어려워했던 나와 달리, 엄마는역사와 지리를 좋아하신다. 우리는 엄마를 '인간 내비게이션'으로 부르곤 한다. 이정표와 전국지도책 한 권이면 어디든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엄마는 샛길이나 더 빠른길을 알고 계셨고, 내비게이션이 길을 안내하면 "거기보단 이 쪽이 신호등이 없어서 빨라." 하고 대답하며 원하는 길로 향한다. 새로운 길이나 다리가 완공되면 누구보다 빨리 타 보고 싶어하신다. 자주 가는 몇 군데를 제외하고는 주로 내비게이션부터 찍는 나와는 대조적이다. 엄마는 어렸을 때, 버스를 타고 종점까지 가보곤 하셨다고 했다.
수원도 볼거리가 적은 곳이 아닌데 소개가 적어 아쉽다. 수원 화성은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다. 성곽따라 다 도는데는 대략 2시간 정도가 걸린다. 화성행궁에는 앞에 넓은 공터가 있어서 겨울철 연날리기를 하거나, 자전거나 스케이트를 타는 사람들이 온다. 이제 곧 봄이 되면, 방화수류정에는 철쭉이 필 테고, 여름엔 물놀이하는 아이들로 붐빌텐데. 정자에서 용연(연못)에 둥둥 떠다니는 오리들을 보며 바람을 쐬는 어른들도 많다.
수원에서 벚꽃놀이를 즐기려면, 역시 경기도청이 최고다. 팔달산 중턱으로 이어진 길에 커다란 벚꽃나무가 둘러싸고 있다. 왕벚꽃나무는 우리나라 제주도가 원산지다. 양쪽에서 뻗어나온 커다란 가지들은 위에서 살짝 맞닿아 있는데, 이걸 캐노피라고 한다.(이건 경희대학교 조경학과 출신인 아빠가 알려주셨다.) 일명 공주침대라고 불리는 캐노피 침대의 위쪽 장식부분이 캐노피다. 벚꽃축제 기간 동안 낮에는 차량을 통제하고 먹거리를 팔며 사람들이 많이 몰린다. 가족복지의원 너머부터 산을 살짝만 타면 된다. 뒤로 계속해서 나가면 수원 중앙 도서관을 거칠 수도 있고, 반대로 가면 화성 북문으로 연결된다. 자전거를 빌리거나 오래 걸을 예정이라면 데이트 코스로 추천한다. 간간히 매화나무도 있어 예쁜 사진을 찍기에 참 좋다. 밤에는 차량통제가 해제되므로, 그 때 드라이브 하면 하늘에서 커다란 눈송이가 날리는 듯 하다.
코로나 사태가 사그러들고 나면, 책을 참고해 떠나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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