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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그리워집니다.

독후감

by 요거트파르페 2020. 3. 29.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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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그리워집니다. 음유경찰관 시집

​한 분야에 꽂히면 그것만 자꾸 뻗어나가는 읽기 습관을 가지고 있다. 이게 좋은 습관인지 나쁜 습관인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한 때 금융지식에 빠졌던 때는 닥치는 대로 부동산, 주식 등 금융관련 도서만 읽었고, 홍차에 빠진 한 주는 빌려오는 5권 중 4권이 홍차관련 책이었다. 추리소설에 탐닉했을 때는 에드거 엘런 포와 셜록 홈즈가 필수였고, 조이스 캐롤 오츠가 좋았을 때는 그녀의 작품이 실린 책은 무엇이든 찾아읽었다.

한때는 시에 끌렸다. 운율과 감성에 취하고픈 가을밤이 있었다. 외우고 다니는 시 한 구절쯤 필수라는 어느 시인의 강의를 듣고는 유명한 시나 덜 알려진 시를 수집하며 돌아다녔다. 내 마음을 대표해 줄 시 한편을 찾아다녔다.

더할 말도, 뺄 말도 없는 제목이 내용을 대표하고 있다. 사랑과 이별을 노래하는 시 모음이다.

제일 좋았던 부분은 작가님의 친필사인과 메시지가 적혀있는 부분이다. 책 잘 읽으란 말도 아니었고, 부족하지만 잘 봐달라는 협박도 없었다.

당신으로부터 나에게로
바람이 붑니다.

어쩜, 말하는 게 다 시네. 감성가득한 메시지와 친필사인이 함께 들어있는 책이 처음이었던지라, 이 책은 특히나 소중히 안고 끝까지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에서 주고받던 쪽지들이 생각났다. 아주 짧지만 절대 버릴 수 없는 것들. 중간에 나온 시처럼, 눈 마주침 몇 번이 정이 되듯이 사소한 것들이 쌓여 인연이 되리라.

사랑을 하고, 헤어지는데 겪는 과정은 누구나 비슷할 테지. 담담한 어조로 차분히 말하는 시들이 마치 내가 일기에 쓴 것처럼 이해되고, 공감되어서 좋다. 허세부리거나 과장하지도 않고, 괜찮은 척도 없다. 담백한 시들이 마음에 든다. 전반적으로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은 목소리로 조근조근 말한다. 시를 통해 시인의 성격이 그려지는 듯하고, 그러한 성향들은 나와 닮은 듯하다.



네가 없어도 / 너에게 좋은 아침이라고

전하지 못할 편지를 / 쓰고 있었노라고



헤어진 옛 연인에게 마음속으로 편지 한 두 통 보내 본 적은 누구나 있을거다. 날이 좋다던지, 여기 같이 오고 싶었다던지, 함께 걸을 때 못다한 말들. 그리고 잘 지내라는 말도. 혹시라도 이게 오그라든다고 표현하는 사람은, 자신이 쿨병에 걸렸는지 부터 확인해봐야 할 것이다.


1년을 놓고 봤을 때, 계절을 지나치듯이 사랑도 시작되고, 무르익었다가 지고, 끝이 난다. 두번째 이별이라는 제목이 마음에 닿는다. 원래 둘이 헤어지는 게 이별이지만, 혼자서 마음을 추스리고 정리하는 것도 이별이 될 수 있겠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미련이 남지 않게끔 모든 걸 쏟아부으라는 이야길 듣고 나서부터, 최대한 그렇게 하려고 노력한다. 헤어지고 나면 좀만 더 참을걸, 좀만 더 노력해볼걸, 이라는 후회가 남기 때문이라나. 하지만 안 될 인연도 있더라. 많이 상처받기도 하고, 나를 내려놓아야 할 때도 있다.


나 이제 당신 안 기다립니다. 하는 말이 이젠 되뇌이지도 않고, 미련에 갖혀잊지 않겠다는 혼자만의 통보이자 결심이겠지. 때때로 생각날 수는 있겠지만. 새로운 일상을, 새로운 인생을 향해 가겠지. 나 이제 안 기다립니다.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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