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때 레포트로 꿈의 해석 독후감을 써 낸 적이 있다. 레포트가 한번은 꿈의 해석, 한번은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였던것으로 기억한다. 독후감 레포트라니 어렵지 않아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생각은 금방 깨졌다.
꽤 어려웠다. 난해하고 읽기 힘든 글이었다. 이런 책을 과제로 내주신 교수님이 원망스러워질 정도로. 책 좀 읽었다 하는 나였음에도 그야말로 정신을 붙잡고 한문장씩 천천히 읽어야했다. 아니, 천천히 읽을수밖에 없는 글이었다. 글도 길었고, 문장도 길어져서 가독성이 너무 떨어졌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걸까, 이 시대엔 이렇게 길게 쓰는 게 인기가 많았나, 교수님은 무슨 생각으로 이런 과제를 주셨을까 온갖 생각이 다 튀어올라서 집중할 수가 없었다.
결국 1/4도 안되어서 읽는걸 포기하고 책을 덮었다. 나중에 다시 읽으려고 책갈피는 해 두었지만, 그 책갈피를 여는 일은 없었다.
어렸을 때부터 꿈을 꾸는 일이 많지 않았다. 꿈을 꾸는 건 정상이다. 충분한 수면을 취한다면, 평균적으로 자는 동안 7개 정도의 꿈을 꾼다고 한다. 그리고 대부분 중간에 갑자기 깨는 경우가 아니라면 다 잊어버려서 기억을 못하는 것 뿐이다.
물론 프로이트가 1800년대 사람이므로 그걸 알 수는 없었고 렘수면 논렘수면 등을 정의한 것도 뇌파측정 이후의 일이니 알았을 리 없다.
프로이트는 정신의학자인데 무의식과 꿈, 최면을 통해 정신질환을 치료할 수 있다고 여겼다. 그의 저서 '꿈의 해석'은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무의식 중에 남아있는 표출되지 못한 욕구가 꿈을 통해 발현되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내용이다.
그의 주장은 많은 사람들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다. 유아기를 구강기 항문기 성기기 세 단계로만 나눈 것이나 남근선망,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등을 배우다보면 대체 이 사람의 무의식 속에는 뭐가 들어있었길래 이런 주장을 펼칠까 싶기도 하다. 요즘 말로 어떤 마약하길래 이런 생각을 했어요? 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비판의 핵심은 프로이트의 주장의 편협성이다. 인간의 감정과 생각은 훨씬 고차원적이고 복잡한데도 ‘충동’과 ‘성적 욕구’만으로 일축해서 설명하고 있다. 모든 사람에게 적용하기에는 지나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
최근에는 초창기 정신이론은 이러이러했다, 하고 배우는 수준이지 그 이론을 그대로 가져와서 적용하긴 힘들다고 보고 있다. 최면치료 나 그림치료 등에서 무의식을 표출하는 프로그램 등이 있지만, 주된 치료로 인정받지는 못하는 실정이다.
그런데 미국의 ‘쿼츠(QUARTS)’ 지에 따르면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무의식 이론이 새로운 평가를 받고있다.
이스트 런던 대학의 조시 말리노프스키(Josie Malinowski) 교수는 실험을 통해 프로이트의 주장에 신빙성을 더했다.
‘꿈의 해석’에서 프로이트는 의도적으로 억제된 기억들이 꿈속에서 다시 등장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이 주장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실험을 실시했다. 세 그룹의 사람들로 하여금 잠이 들기 전에 특정 주제에 대해 생각나는 것을 쓰도록 만들었다.
한 그룹에게는 특정한 사람을 생각하도록 요구되어졌다. 또 다른 그룹에게는 특정한 사람에 대해 생각하지 말도록 요구되어졌다. 세 번째 그룹에게는 특정 인물과 관련되지 않은 전혀 다른 주제가 주어졌다.
연구 결과 특정 인물에 대해 생각하지 말도록 강요되어진 사람들의 집단에서 그 특정 인물이 등장하는 꿈을 꾼 사례가 다수 발견됐다. 또 다른 연구도 진행됐다. 평소의 사람의 생각과 꿈이 어떤 상관관계를 갖느냐는 것을 밝혀내려는 시도였다.
그 결과 자신의 생각을 억제하는데 능숙한 사람들은 실제 생활에 있어 불쾌한 내용의 꿈을 꾸고 있었다. 또한 좋지 않은 내용의 꿈으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는 사례가 빈번했다. 사회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생각들이 꿈에 등장한다는 그의 이론을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다.
사회적으로 용인받지 못한 생각이 꿈으로 표출된다는 그의 이론을 어느정도는 받아들일 수 있다는 희망을 볼 수 있는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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