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몬케이크의 특별한 슬픔두가지 감각이 동시에 지각되는 것을 공감각적 표현이라고 한다. 시에서 자주 찾아볼 수 있는데, 중고등학교 교과서에서 자주보는 '분수처럼 흩어지는 푸른 종소리' 같은 것 말이다. 그런데 은유가 아니라 진짜로 그렇게 느낀다면 어떨까?
주인공은 생일날 어머니께서 만들어주신 케이크를 먹고는 슬픔과 허무함, 먹먹함, 사랑받고 싶다는 열망, 죄책감 등을 느낀다. 너무나 가슴아프고 슬픈 감정이 크게 느껴져서 그만 토하고 마는데, 이후에도 만든 사람의 그 당시 감정을 주인공은 가감없이 겪는다.
맛에서 맛이 아닌 감정을 느끼는 것. 이전에 읽었던 유사한 소재로는 '카드의 비밀'이 있다. 내가 좋아하는 요슈타인 가아더라는 소설가가 쓴 책인데, '수상한 빵집과 52장의 카드'로 최근 리메이크 되었다. 내용은 동일하니 한번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다른점이라면 '카드의 비밀' 속 '무지개빛 레모네이드'는 마시는 사람이면 누구나 팔에서 신맛이, 다리에서 황홀감이 느껴지는 식이다. 마시고 얼마간은 '현명한' 상태가 유지되는데, 이쯤되면 신종마약류가 아닐까 의심스러울 정도다.
주인공의 고통은 지속되어 남이 만든 음식을 먹을 수가 없는 지경에 이른다. 심각한 거식증에 시달리고 그나마 사람이 만들지 않는 인스턴트 과자 소량으로 삶을 유지한다. 갑작스러운 장애에 어떻게 대처하는지를 보는 것도 이 책이 주는 재미 중 하나다.
이게 가족력인지 다른 가족들도 특별한 능력(?) 하나씩 가지고 있는 듯하다. 오빠의 경우도 독특한데, 다른 사물과 몸이 붙어있는 경우가 있다. 붙는다는게 본드칠한 것처럼 딱 붙는게 아니고, 신체의 일부가 사물로 결합된다고 해야 적절할 듯 하다. 통제하기 어려워서 아무리 좋게 쳐줘도 슈퍼히어로들의 능력과는 절대 비교할 수 없다. 이걸 주인공도 크고 나서야 알게 되고, 오빠를 이해하지만 오빠는 결국 비참한 결말을 맞는다.
나처럼 눈치가 좀 부족한 사람들은 한번쯤 꿈꿔봤을 상대방의 마음을 읽는 능력. '왓 위민 원트'의 주인공은 그 능력이 지속되길 바랬나? 대리만족의 기쁨 정도로만 누려보자.
독특한 소재에 탄탄한 스토리가 있어 몰입력이 강한 소설이다. 예민한 나이, 성장기나 사춘기를 겪는 청소년이 읽으면 더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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