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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의 노래 - 김훈

독후감

by 요거트파르페 2019. 9. 27.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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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의노래

이순신의 이야기인데, '난중일기'는 이순신의 일기를 엮은 데 비해 '칼의 노래'는 소설이다. 자화상과 초상화의 차이라고 할까.

담담하면서도 진중한 작가의 필체가 아주 마음에 든다. 특유의 허무주의가 엿보이지만, 그렇다고 '중2병'처럼 허세를 부리지도 않는다. 김훈 작가는 이순신의 이야기를 일인칭으로 쓰면서 그에 대한 연구를 얼마나 많이 했을까? 나는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잘 이해하는 편이지만, 그 정도로 한 사람을 잘 이해할 수 있을까? 22살 때 작가는 난중일기를 처음 읽고 거기에 푹 빠졌다고 한다. 결국엔 그에 대한 이야기를 쓸 수 밖에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절망의 시대에서 헛된 희망을 꿈이라 하지 않고 절망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모습에서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

원균과의 정치적 갈등, 칼과 전쟁에 대한 생각들, 장군으로써 오롯이 홀로 견뎌야 할 부담감과 두려움. 개인에 대해 너무나 잘 파악하고 있으면서도 담담하게 적어내려가 나는 처음에 '이순신 장군의 또다른 일기인가'하고 놀랐다.


실제로 이 책을 읽은 게 아산에 위치한 현충사를 방문하고 나서였는데, 이순신 장군의 칼을 잊기가 어려웠다. 내 키보다 더 큰 칼에서 뿜어져나오는 위압감이 책을 읽는동안 생각났다. 실제로 본 칼이 떠오르면서 감정이입이 잘 되었던 듯하다. 현충사 부지도 넓고 공원처럼 잘 꾸며놔서 돌아다니기 좋으니 책읽기 전이나 후에 한 번 다녀오는 것도 추천한다. 책 들고가면 인싸로 등극하지 않을까.ㅎ


제일 기억에 남는 칼은 이렇게 전시된 칼은 아니었지만 한두자루 전시된 게 아니라서 박물관도 둘러볼 만 하다.



... 쇠가 살아 있었다. 칼자루에 감은 삼끈이 닳아서 반들거렸다. 살아서 칼을 잡던 자의 손아귀가 뚜렷한 굴곡으로 패어 있었다. 수없이 베고 찌른, 피에 젖은 칼이었다. 나는 그 칼자루를 내 손으로 잡았다. 죽은 자의 손아귀가 내 손아귀에 느껴졌다. 죽은 자와 악수하는 느낌이었다. 그 쇠의 단면에 목숨의 안쪽을 이루던 난해한 무늬들이 드러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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