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도서관 강연에서 윤동주의 시를 접할 기회가 있었는데 유성호 교수님의 '민족과 청춘을 노래한 시인들' 강의였다. 일제강점기 시대의 여타 시인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지만, 그 중에서도 윤동주의 시가 마음을 많이 움직였다. 2017년이 윤동주 시인 탄생 100주년이었다는 걸 들어봤는지? 굵직한 행사도 열렸고 육필원고도 전시되는 등 이벤트가 열렸지만, '알쓸신잡' 말마따나 외국의 유명 작가들에 비해 받는 대우가 너무 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윤동주의 시집이지만 사후에 그의 시를 엮어 그는 본인의 이름으로 된 시집이 있다는 것도, 제목도 몰랐을 것이다. 그가 지은 원래 제목은 서시다. 서문에 작성하는 시. 시 내용에서는 중요한 시어가 문단마다 배치되어 있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지금 읽어봐도 쉬운단어로 짧게 배치했는데 기교도 없고 문장이 참 담백하다. 처음 단락부터 하늘, 바람, 별, 그리고 마지막 문단은 시가 아니다. 나도 이건 강의를 들으면서야 알았는데, 마지막은 길이다. 나한테 주어진 길.
나한테 주어진 길이 곧 시라는 뜻이다.
교과서로만 접하기에는 너무나 좋은 시다. 한참을 생각하게 되고, 이전 게시글인 김훈의 '칼의 노래' 편에서 썼듯이 담담하고 현실을 받아들일 줄 안다. 괴롭고 힘든 상황이지만 묵묵히 감내하는 마음.
윤동주의 시는 쉽게 쓰여지지 않았건만 '쉽게 쓰여진 시'라 한다. 그의 시에 담은 단어들은 별, 추억, 사랑, 쓸쓸함, 동경, 시와 어머니... 감정을 폭발시키지 않으면서도 울림이 크고 따뜻하다.
얼마 전에 가을이 되어 밤바람이 차게 느껴지니 문득 그의 시가 읽고 싶어졌다. 자기반성과 험난한 세대상,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시는 따뜻하다.
추워지는 가을에 감성을 두드리는 시 한 편,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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