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조카들에게 읽어주던 감성동화 올빼미씨가 생각났는데, 집을 뒤져봐도 찾을 수가 없다. 4명의 꼬맹이 조카들을 위한 거실 책꽂이는 과포화상태인데, 나만 해도 그렇게 많은 책을 가지진 못했다. 언니들과 10살의 나이터울이 나서 선뜻 어린이용 책을 구하기 어려웠을 텐데도 내가 책을 갖고 싶다고 하면 부모님께서는 잘 사주시는 편이었다. 그게 노빈손 시리즈물이나 만화그림 그리기책, 해리포터 시리즈 전권일지라도.
아무것도 기억 안나는데 올빼미씨라고 기억한게 제목은 부엉인데 내용부터는 올빼미다. 올빼미씨를 생각하다보니 조카들과 눈물차라고 따뜻한 카모마일 차를 우려서 마시곤 했다. 한바탕 우는척하고 목마를때쯤 마셔야 제맛이다.
부엉이씨와 올빼미씨를 구분하는 법. 그런데 외국에서는 둘다 owl이라고 많이 부르고 크기 차이를 두지 않는다고. 아마 그래서 번역하다가 제목만 부엉이가 된 게 아닐까?
해리포터에 나오는 눈처럼 하얀 헤드위그는 올빼미다.
아기부엉이가 자는 법. 너무 귀엽다. 머리가 무거워서 앉거나 서서는 못자고 엎어져서 잔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올빼미씨는 ~씨 자를 호칭으로 붙였으니까 아저씨일텐데도 하는 짓이 귀엽다. 겨울씨가 휘이이잉 하면서 문열어달라고 하고 끙끙거리면서 손잡이를 달그닥 달그닥 두드리니까 마음 약한 올빼미씨는 문을 열어준다. 그런데 무례한 겨울씨는 집에 들어와서 촛불도 꺼버리고 따뜻한 수프도 식혀버리고 액자도 넘어뜨리고 집을 엉망으로 만든다. 겨우겨우 겨울씨를 내쫓은 올빼미씨는 다시는 겨울씨를 초대하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올빼미씨는 자려고 하는데 아래층이 걱정되어서 한밤중에 내려간다. 그런데 아래층으로 내려가서 막상 아무일도 없으니까 윗층이 괜찮은지 걱정된다. 윗층으로 올라가면 또 아래층이 궁금하고, 아래층으로 내려가면 윗층이 걱정되어서 밤새 잠을 못이룬다.
올빼미씨는 가끔 슬픈 일을 떠올린다. 멈춘 시계, 짧아진 몽당연필, 찢어져서 찾을 수 없는 페이지들... 그런 것들을 생각하면 너무나 슬프다. 준비하고 있던 찻주전자에 눈물을 떨어뜨린다. 올빼미씨는 계속 슬픈 생각을 이어가고, 급기야는 엉엉 울게된다. 주전자가 다 차면 화롯가에 두고 눈물을 끓인다. 진정된 기분으로 그 차를 마시는 게 그의 즐거움이다. 이때 우리도 같이 눈물을 짜내서 향긋한 카모마일 차를 눈물차라 치고 같이 홀짝거리기 위해서는 이 책을 읽기 전에 물을 끓여둬야 한다.
한번만 읽어보면 이 책의 묘미를 찾을 수 있다. 마치 어린 나를 닮은 올빼미씨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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