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을 쫓는 아이다 읽고나면 가슴이 먹먹해지는 책이다. 주인공 아미르는 아프가니스탄의 부유한 계급 아이인데, 하산이라는 시종을 부린다. 아이들의 아버지들도 비슷한 나이대지만 주인과 시종으로 계급이 다르다.
아미르는 아버지가 하산을 더 편애하고 아끼는 것 같아 좀 더 남자다운 모습으로 자라려고 한다. 그래서 큰 연중행사인 연날리기에 참가하는데, 거기서 1등을 한다. 떨어진 연을 줍는 것도 큰 영광이 따르는 일이라 잘 찾아내는 하산이 뛰어간다. "주인님을 위해서라면 천번이라도 가져올게요." 참 맹목적인 우정이면서도 충성심이다. 어쩌면 우리 사는 세상이 다 그런가. 가족끼리는 서로 어떻든 다 이해되고 다해주니까.
그런데 하산은 계급이 낮다는 이유로 그만 골목길에서 성폭행을 당하고 만다. 기다리던 아미르는 하산을 찾아다니다가 그 장면을 목격한다. 하지만 무서워서 결국 대들지 못하고 조용히 지켜보다가 돌아온다. 하산은 아무일 없이 행동하지만 아미르는 그날 일이 마음 한켠에 무겁게 자리잡아 죄책감을 느낀다. 결국 자기 시계를 하산이 훔친 것처럼 꾸며 하산과 아버지는 집을 나가게 된다.
그 일이 지나고 몇십년이 지난 뒤, 어른이 된 아미르는 다시 하산을 찾는다. 용서를 구하려 하지만 선뜻 밀 꺼내기도 어려운데, 하산은 이미 한참전에 용서했고 우정을 져버리지도 않는다.
이런 친구관계가 있을까. 이 이야기를 써야지, 하고 생각하다가 잠든 밤 옛 친구가 나오는 꿈을 꿨다. 친구는 내가 애써서 도와줬는데도 불구하고 내 잘못으로 몬다. 고맙다는 말 들으려고 해준것도 아니었는데. 사람이 변하기가 쉽지 않구나, 착잡한 마음이었는데 이 책이 은연중에 생각났나보다. 남한테 잘해준것은 계속 기억하면서 내가 아쉽게 했던 건 금방 잊혀질거라는 기만. 나 역시도 종종 그런 행동을 했었겠지. 나에 대해서, 관계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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